버지니아의 가을은 아주 운치가 있습니다. 진하게 물들은 단풍이 그 맛을 더해 줍니다. 그 맛을 즐기고 싶어 몇 주 전에 몇몇의 교우분들과 함께 매릴랜드의 산을 올랐습니다. 그 주가 아니면 단풍이 다 져버릴 것 같아서 단풍이 지기 전에 눈에 담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리고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계절이 주는 선물을 마음껏 즐기고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뜻밖이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것은 그 산을 오른 몇 주후가 단풍이 더 진하게 물들었기 때문입니다. 진짜 단풍의 시간이 찾아온 것이었지요.
그 작은 일을 통해 다시금 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시간은 ‘오늘’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몇 주 전의 ‘오늘’도 최고이고, 몇 주가 지난 ‘오늘’도 최고이며, 잎이 다 져버린 나목(裸木)도, 아름다움의 감성을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오늘’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오늘’이 바로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최고의 선물입니다. 그것을 모르고 지나간 세월에 대한 아쉬움과 미래를 향한 불안함이 항상 우리의 오늘을 누리는 것에 대한 장애로 남지 않나 생각합니다.
아마도 내가 오늘을 누릴 수 없는 것은 부족함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단풍은 버리는 것에 대한 미학을 잘 보여줍니다.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 오히려 내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을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을 이루게 됩니다.
다가오는 추수 감사절이 가짐에 대한 누림 보다, 버림을 통한 감사가 풍성한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 시간이 가장 중요한 오늘로 모두에게 풍성함을 안겨주는 복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로 제사를 드리는 자가 나를 영화롭게 하나니
그의 행위를 옳게 하는 자에게 내가 하나님의 구원을 보이리라
(시편 50편 23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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