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감사함으로 그 앞에 나아가며 시로 그를 향하여 즐거이 부르자
대저 여호와는 크신 하나님이시요 모든 신 위에 크신 왕이시로다 (시편 95편 2,3절)
어느 덧 붉게 물들었던 단풍을 뒤로 하고 낙엽이 쌓이는 계절이 왔습니다. 낙엽을 보노라면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그것은 서글픔과 생기입니다. 낙엽이 떨어진 빈자리로 인해 상실의 아픔을 봅니다. 동시에 바람에 뒹구는 낙엽의 모습은 마치 물결치는 파도를 보는듯한 활기를 느낍니다.
문득, 이 두 가지 의미를 다 품은 단어가 ‘그리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지금 내 손에 없는 것을 의미하기에 아픔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그리움에는 좋은 추억과 아름다운 기억이 담겨 있다는 것이기에 다시 곱씹고 떠올리며 생기를 찾게 됩니다.
제게는 ‘십자가’가 그러합니다. 십자가는 아픕니다. 십자가는 상실입니다. 하지만 십자가를 생각하면 가슴 가득한 전율과 감동이 있습니다. 세상을 향한 무언가 알 수 없는 못다 한 그리움이 오늘의 현실을 채우는 현장이 바로 십자가입니다.
이번에 맞이하는 추수 감사절이 우리의 그리움이 실현되는 현장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흩어져 있는 가족들이 모여 못다한 사랑을 나누고, 기억 속에 묻혀있던 소소한 즐거움들이 회복되며, 무언가 채워지지 않아서 항상 외로워했던 가슴이 풍족히 담아지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낙엽은 한 계절의 끝을 알리지만, 동시에 하얀 겨울의 시작을 의미하듯이 올해의 감사절이 우리의 삶에 변화의 출발이 되어 생기 있는 내년을 맞이하는 준비가 되기를 바랍니다. 한몸의 가족들에게 소복이 쌓이는 낙엽의 은혜가 함께 하시기를 기원하며...
주후 2024년 감사주일을 맞아
이수용 목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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